수학과 야구 이야기 : 기하학 편

잠시, 기하학에 대한 설명을 하고 넘어가면 좋을 것 같다. 현대 교육과정에서 정의하는 기하학은 점, 선, 면, 부피와 같은 도형의 성질과 그들이 차지하는 공간의 관계를 논리적으로 연구하는 수학의 한 분야이다.
기하학은 우리가 즐겨 보는 야구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금부터 차차 그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수학과 야구 이야기 기하학 편 : 최단 거리를 이기는 최소 시간의 미학
야구 경기를 하는 도중, 1사 상황에서 주자가 3루에 있다고 가정해 보자. 여기서 타자가 친 공이 우익수 쪽으로 향했고, 우익수는 그 공을 잡았다. 3루 주자가 태그업했고, 공을 잡은 우익수는 홈으로 공을 던져야만 한다. 대부분은 최단거리로 공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 최단거리라 함은 무엇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우익수 A, 내야수 B, 포수 C를 꼭짓점으로 하는 삼각형을 한 번 그려보자.

삼각부등식이란 것이 있다. 삼각 부등식이란 삼각형의 어떤 한 변의 길이는 나머지 두 변의 길이의 합보다 작아야 한다는 법칙이다. 즉, (선분 AB의 길이) + (선분 BC의 길이) > (선분 AC의 길이)임은 삼각 부등식으로 증명되는 명확한 진리다. 다시 말해, 우익수가 송구할 때 2루수를 거쳐 홈으로 송구하는 것보다 바로 홈으로 송구하는 것이 무조건 더 짧은 거리라는 것이다. 삼각 부등식을 통해, 최단 거리는 선분 AC, 직선임이 증명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실질적으로 최단 거리가 중요한가? 그렇지 않다. 사실 야구에서 중요한 것은 최단 거리가 아닌 최단 시간이다. 즉, 기하학적 거리보다는 물리적인 시간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공을 던지는 행위는 물리학에서 ‘투사체 운동’으로 설명된다. 여기서 1편에서 보았던 공식이 다시 활용된다. R = v₀² sin(2θ) / g(g는 중력가속도) 공식이다. 외야수가 던지는 공 역시 이 공식이 그대로 적용된다.
인간이 낼 수 있는 초기 속도(v₀)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공을 쳐서 날리는 것보다 공을 던지는 것이 속도가 훨씬 느리다. 그렇기 때문에, R값을 늘리려면 발사각을 45°에 가깝게 해야만 한다. 그런데 각도가 높아졌을 때,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한다.
아까는 고려하지 않았던 체공 시간의 증가다. 타구에서는 체공 시간이 아무리 길어도 비거리가 길면 홈런이 되기에, 고려하는 것이 의미가 없었으나, 송구에서는 체공 시간 또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체공 시간 T = 2v₀sin(θ)/g이다. 각도를 높여 사인값이 커지면, 공이 멀리 가긴 하겠지만 그만큼 체공 시간이 증가한다. 공이 거대한 포물선을 그리며 비행하는 동안, 주자는 여유롭게 홈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게 바로 ‘고각 발사의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수학으로 찾아낸 최단 시간의 송구 : 컷 오프 플레이
야구 선수들은 수학으로 딜레마를 이겨낼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컷오프 플레이다. 컷오프 플레이란, 송구를 바로 하지 않고 내야수를 거쳐 송구하는 방법, 그림의 평면 기하학적으로 보았을 때는 (선분 AB의 길이) + (선분 BC의 길이)에 해당하는 방법이다.
내야수에게 공을 던진다고 했을 때,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높은 각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발사각을 낮추면, 운동 에너지를 공을 띄우는 수직 성분 대신 앞으로 나아가는 수평 성분에 집중시킬 수 있다. 공이 상대적으로 바닥에 깔리듯 날아가며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또한 항력이 초기화된다. 공기는 날아가는 야구공의 속도를 끊임없이 갉아먹는다. 100m를 날아온 공은 반드시 홈 근처에서 힘을 잃게 된다. 공을 한 번에 홈으로 던지지 않고, 내야수가 중간에서 공을 잡아 다시 전력으로 던져주면 감소하던 속도 함수가 초기화되며, 다시 최대 속도 구간을 만들어낸다.
즉, 컷오프 플레이는 공의 속도 함수가 감쇠하는 임계점을 정확히 파악하여 시스템을 ‘재부팅’하는 과정과 같다. 수평 성분에 집중된 낮은 탄도와 중계 플레이를 통한 속도의 재점화는 0.1초를 다투는 승부의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야구 선수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때로는 가장 멀리 돌아가는 길이 목표 지점에 도달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수학과 야구 이야기 : 기하학 편을 마무리하며…
이것으로 두 편에 걸쳐 진행된 수학과 야구 이야기가 마무리되었다.
글쓴이 본인이 ‘모든 학문은 우리 인생에 쓸모가 있는 편이다’라고 생각하는 편이라, 이 글을 통해 수학을 싫어했던 야구팬들이 조금이나마 ‘그래도 수학, 쓸곳이 있네!’라고 생각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작성해 보았다.
여기까지 읽으러 온 독자라면, 그중에서도 혹시나 수학을 싫어했던 독자라면, 정말 많이 칭찬해 주고 싶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수학은, 물리학은, 두 과목을 넘어서서 모든 학문들은 우리 인생에 생각보다 쓸모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기를 바란다.
이 글을 읽을 많은 사람들 중 한 명쯤은 수학에 잠시나마 흥미를 느꼈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