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는 MLB가 32개 구단으로의 확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 유력 후보지 중 하나가 테네시주임을 알렸다. 그리고 MLB 스피드웨이 클래식이 새로운 야구 도시를 꿈꾸는 테네시주와 접점을 만들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하지만 이번 MLB 스피드웨이 클래식은 MLB 역사상 처음으로 NASCAR 경기장에서 열린 경기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모터스포츠와의 결합을 통해 MLB가 노린 것은 무엇일까? 모터스포츠 팬층을 끌어들임과 동시에 모터스포츠의 이미지에서 비롯되는 자산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터스포츠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추상적인 가치에 그치지 않는다. 모터스포츠는 야구와 ‘데이터’라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으며, MLB 역시 모터스포츠로부터 배울 점이 있다.

브리스톨 모터 스피드웨이의 콜로서스

이번 MLB 스피드웨이 클래식에서는 ‘콜로서스’라는 독특한 전광판을 사용했다. 이 전광판은 실외에 설치된 전광판이지만,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독특한 구조를 자랑한다.

사실 브리스톨 모터 스피드웨이의 전광판은 지금과 다른 모습이었다. 브리스톨 모터 스피드웨이를 포함한 NASCAR 경기장은 보통 경기장 트랙 안쪽에 전광판 구조물을 세우는 방식을 사용했지만, 2016년 9월 10일 미국 최대 규모의 대학 미식축구 경기 ‘배틀 앳 브리스톨’이 열리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당시 테네시 대학교와 버지니아 공과대학교 측은 기존 전광판 구조물이 미식축구 경기장을 준비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며 철거를 요청했고, 결국 전광판이 없어졌다.

이후 브리스톨 모터 스피드웨이는 구조공학 기업 레이커 로즈 엔지니어링과 협력해 4면 초대형 비디오 스크린을 갖춘 ‘콜로서스’를 완성했다. 하지만, 이 구조는 오히려 관중의 시각적 몰입감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이번 MLB 스피드웨이 클래식 경기 이후 MLB.com의 기사 ‘Speedway Classic delivers baseball thrills in iconic setting’에서는 “콜로서스 전광판 속 선수들이 실제보다 더 크고 위압적으로 느껴졌다”고 전하며 시각적 몰입감의 개선을 언급했다.

모터스포츠 그리고 텔레메트리

모터스포츠 경기는 단순히 감독과 선수의 관계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벤치에는 감독과 코치뿐 아니라 엔지니어, 데이터 분석가가 함께하며, 본사 전략센터와 연결해 실시간으로 차량 데이터를 분석하고 수많은 시나리오를 설계한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으로 쓰이는 것이 텔레메트리 기술로, 차량 센서가 수집한 데이터를 무선으로 전송해 즉시 모니터링한다.

여기에 맥라렌 어플라이드는 텔레메트리 분석 소프트웨어인 ATLAS를 개발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텔레메트리를 통해 전송된 데이터를 분석해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전략을 세우는 데 활용된다. 원래 F1을 위해 개발됐지만, 현재는 NASCAR 등 다른 모터스포츠에도 활용된다.

이렇듯 모터스포츠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활용하는 스포츠이기에, 관중들이 현장에서 데이터를 바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중들이 더욱 쉽고 재밌게 경기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전광판 ‘콜로서스’는 프로 스포츠 구단이 참고할 만한 좋은 사례다.

호크아이는 전부가 아니다

데이터을 활발히 활용하는 모습은 MLB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2020년부터 MLB는 ‘호크아이(Hawk-Eye)’ 시스템을 전 구장에 도입해 정확한 측정을 시작했다.

수집된 영상 데이터는 앤서스와 구글 쿠버네티스 엔진을 이용해 정리된 데이터로 바뀐다. 이 과정에서 주요 기록이 전광판이나 TV 방송 그래픽에 바로 쓸 수 있는 형태로 가공된다.

만약 이런 정제 과정 없이 호크아이의 측정 기술만 존재한다면, 우리는 MLB 구장 전광판에서 스탯캐스트 기록을 확인하거나 TV를 통해 97마일의 포심 패스트볼, 2500RPM의 회전수, 28도의 발사각과 410피트의 비거리 같은 데이터를 확인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MLB는 MLB Gameday Engine을 활용해 실시간 추적 데이터와 기존 기록을 합치고, 그 결과를 MLB Stats API를 통해 베이스볼 서번트, MLB 앱, Film Room 등 여러 플랫폼에 제공한다. 덕분에 팬들은 모바일을 통해서도 동일한 데이터 시각화 기능을 경험할 수 있다.

MLB의 텔레메트리, 데이터브릭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텔레메트리를 기반으로 한 실시간 데이터 활용 전략은 모터스포츠에서 시작됐지만, 최근 MLB도 이를 도입해 경기 운영에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및 AI 플랫폼 기업인 데이터브릭스는 스탯캐스트로 수집된 경기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한다. 2020년 미네소타 트윈스가 처음 도입한 이 기술은 수백만 건의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고, 구단의 의사결정을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지원한다.

이러한 성능이 가능한 이유는 데이터브릭스의 레이크하우스라는 데이터 아키텍처 덕분이다. 레이크하우스는 기존처럼 정형 데이터와 비정형 데이터를 따로 처리할 필요 없이 두 가지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혁신적인 플랫폼이다.

트윈스의 시스템 디렉터 제레미 라트는 “데이터브릭스를 통해 평가 대상의 원시 데이터를 바로 받을 수 있다. 과거에는 평가를 큰 틀에서만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특정 위치에 던진 특정 구종 움직임의 가치까지 세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이렇게 쌓인 세부 분석을 바탕으로 전체 가치를 산출하고, 그 과정에서 운의 영향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텍사스 레인저스는 2023년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데이터브릭스의 효과를 높이 평가하며, 앞으로는 바람, 기온, 습도 등 날씨 변수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모델까지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레인저스 야구 R&D 부국장 알렉산더 부스는 “지난 5년 동안 데이터에 대한 접근 방식과 활용 가능성이 크게 변했다. 우리는 조직을 재편했고, 지금은 구성원들이 스스로 분석팀이 풀어야 할 질문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MLB 현장의 데이터 분석 환경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전광판

이번 MLB Speedway Classic에서 선보인 콜로서스 전광판은, 향후 MLB가 데이터를 팬들에게 더욱 직관적으로 시각화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메이저리그는 이제 스탯캐스트와 호크아이를 넘어, 데이터브릭스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데이터 활용 시대에 들어섰다. 모터스포츠와의 협업이 보여준 것은 단순히 자동차를 타고 입장하는 선수들의 퍼포먼스가 아니라, 스포츠와 기술이 결합해 만들어낼 새로운 경험의 시작이었다.

머지않아 야구 팬들은 데이터를 단순히 보고 분석하는 것을 넘어, 마치 가슴으로 느낄 수 있을 만큼 가까이에서 접하게 될지도 모른다.

1편에서 살펴본 테네시주의 야구와 함께 2편에서 소개한 데이터를 통해 변화하는 MLB의 새로운 면모는 앞으로도 주목할 만한 흐름이다.


Infield Report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

0 Comments
Oldest
Newest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