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는 최근 몇 년 사이 젊은 흐름으로 변하고 있다. 외국인 타자나 베테랑이 중심을 잡았던 타선이 이제는 젊은 국내 타자가 중심이 되고 있다.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도 주전 자리는 물론 중심 타선까지 소화하는 선수가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김영웅 역시 이런 흐름 한가운데 있다. 2022년 입단한 후 파워를 중심으로 내야 전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수비 능력까지 좋은 유망주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2024년에는 28홈런, OPS .800을 달성하며 삼성의 9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기여했다.
공격과 수비 잠재력까지 모두 갖춘 김영웅은 분명히 차세대 스타로 성장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성장세로 확실한 자신의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넘어야 할 많은 숙제가 남아있다. 어떤 점이 김영웅의 성장을 막고 있고, 어떻게 해야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지 알아보자.
왜 하이 패스트볼을 못칠까?
가장 잘 알려진 약점은 빠르고 높은 공, 하이 패스트볼이다. 김영웅을 살펴보기 전에 두 선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메이저리그의 2010년대와 20년대를 대표하는 두 슈퍼스타 마이크 트라웃과 후안 소토다. 두 선수는 모두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들이다. 하지만 스윙 궤적은 매우 다르다. 트라웃은 통산 스윙 각도(Tilt)가 37°로 평균 32°보다 약 5° 가파르다. 소토는 통산 27° 로 비교적 평평하다.

두 선수의 성적은 타자의 스윙 궤적에 따라 같은 구종이라도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트라웃은 높은 공에 약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 소토는 높은 존에서 강점을 보인다. 트라웃처럼 밑에서 위로 그리는 궤적을 그리는 타자는 하이 패스트볼에 배트 중심을 맞추기 어렵다. 배트와 공의 궤적이 교차하는 시간이 짧아 정확하게 컨택하기 때문이다. 소토는 비교적 평평한 스윙으로 하이 패스트볼과 궤적을 비교적 더 많이 공유한다.

다시 김영웅을 살펴보자. 메이저리그와 다르게 KBO는 정확한 스윙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임팩트 순간 배트의 중심 과하게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것은 분명하다. 트라웃처럼 배트 스윙 궤적이 아래에서 위로 크게 그려지며 하이 패스트볼과의 교차점이 짧아진다. 타이밍이 조금만 늦어도 헛스윙이나 빗맞은 타구가 나오는 것이다.
그냥 스윙을 안하면 되잖아?
그럼 하이 패스트볼을 안치면 되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트라웃도 자신의 존을 아래쪽에 설정한다. 높은 공에는 배트가 잘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김영웅은 메커니즘상 한계가 있다. 골반 회전이 과하기 때문이다. 물론 빠른 골반 회전은 배트 스피드 생성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골반 회전이 너무 과하게 이루어져 앞발이 일찍 열린다. 앞발이 ‘벽’을 만들지 못하니 배트 컨트롤 능력이 떨어지고 상체와 하체 회전 분리가 무너진다. 쉽게 말해 하체에 비해 상체의 회전 속도가 느려 뒤늦게 끌리듯이 따라온다.
상체가 늦게 나오니 투구를 볼 시간이 줄어 스윙 타이밍을 조정하기 힘들다. 순식간에 들어오는 하이 패스트볼을 보면 자연스럽게 스윙이 따라 나온다. 배트의 궤적이 임팩트 구간에 머무는 시간도 줄어든다. 당연히 하이 존을 참는 것도 치는 것도 어려워진다.
상체가 끌려나오는 것은 시야까지 영향을 준다. 몸이 앞으로 밀리듯 나오면서 시선이 공의 정면이 아니라 옆을 바라보게 된다. 투구를 끝까지 쫓아가기 어려워지고 공의 움직임이나 구종 판단이 늦어진다. 선구안과 컨택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생긴다. 2025시즌 김영웅은 존 밖으로 빠지는 공 37.3%에 스윙했다. 규정 타석 타자 중 하위 5위다. 5명 중에 존 밖 공 컨택율은 제일 낮다.

오히려 독이 된 과한 회전
김영웅에게 가장 중요한 파워 생성에도 문제가 생긴다. 하체에서 만들어진 힘이 에너지 손실이 생겨 공이 배트에 맞는 임팩트 기간까지 버티지 못한다. 김영웅은 이때 사라진 에너지를 대체하기 위해 손목 회전력으로 보완한다. 하지만 손목을 중심으로 하는 타격은 리스크가 크다. 양손이 공과 배트가 만나는 순간 함께 비틀어지기 때문이다.
배트 스피드는 어느 정도 올라간다. 하지만 절대적인 반경이 짧기 때문에 관성이 작아 급속도로 에너지가 줄어든다. 타이밍이 조금만 어긋나도 타구질이 크게 떨어진다. 타격 순간 전달되는 운동량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팔이 굽혀지고 배트 중심의 방향도 떨어진다. 빠른 타구를 만들더라도 발사 각도에 문제가 생긴다. 대부분 공의 아랫 부분을 때리게 되고 백스핀이 생성된다. 포수 뒤로 가는 파울 타구가 많아지거나 힘 없는 뜬공이 늘어난다. 파워가 강점인 김영웅이 파워 생성에 손해를 보는 것이다.
그럼 회전 속도를 늦춰야 해?
김영웅이 가진 가장 큰 무기는 파워다. 컨택을 위해 단순하게 회전 속도를 죽인다는 접근은 파워까지 죽일 수 있다. 그렇다면 앞발 벽을 강화하면 어떨까? 좋은 접근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미 골반이 빠르게 열려 회전이 흐트러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김영웅에게 필요한 것은 회전을 통제하는 능력, 즉 코어 브레이킹이다. 쉽게 말해 몸을 돌리다가 원하는 순간 고정 시키는 능력이다. 벽에 못을 박을 때 망치질과 비슷하다. 손목이나 팔이 과도하게 휘청거리면 힘이 분산되어 못이 잘 박히지 않는다. 반면 멈추고 꽉 잡힌 상태에서 정확히 때라면 같은 힘이라도 못이 더 깊이 박힌다.
브레이크가 갖춰지면 회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힘이 임팩트 순간에 집중시킬 수 있다. 스윙 궤적이 안정되고 배트 중심이 공을 더 정확히 타격한다. 타구의 질이 오르면서도 컨택 능력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회전이 과하지 않게 되어 앞발이 벽을 형성하기도 쉽다.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으니 시야도 안정된다. 상체가 끌려나가지 않으면, 존 바깥 공에 쉽게 손이 나가지 않는다. 선구안 역시 개선되는 것이다.
칼날과 같은 빠른 회전
김영웅의 약점은 타이밍 문제가 아니라 스윙 궤적과 회전 메커니즘에서 비롯된 한계에 가깝다. 김영웅을 포함해 많은 타자들은 더 강한 타구를 위해 회전의 속도를 높이는 데만 집중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강력한 회전을 어떻게 활용하는가다.
김영웅의 남은 퍼즐은 회전의 속도가 아닌 효율이다. 빠른 회전은 칼날과 같다. 제대로 다룰 수 있다면 강력한 무기가 된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처럼 독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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