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생, 아직 신인의 티를 벗지 못한 2년차 투수가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맡고 있다. 그의 어깨에는 ‘유망주 육성’이라는 기대감과 ‘선수가 부족한 팀 사정’이라는 현실의 무게가 동시에 얹혀있다.
지난해 8월부터 이어져 온 연패 기록은 한 해를 넘어 새 시즌에도 김윤하를 따라왔고, 시즌의 반환점을 지난 지금까지도 15연패로 이어지며 김윤하를 괴롭히고 있다.
조정의 시간조차 없이 이어지는 선발 등판. 어린 투수에게 가해지는 혹사 논란과 리빌딩 팀의 극단적인 기용 전략이 맞물리며, 우리는 자연스레 의문을 갖게 된다.
지속된 연패, 그것은 정말 김윤하만의 책임인가?

김윤하는 고교 3학년 시절 최고 151km/h를 기록한 강력한 포심과 더불어 뛰어난 대회 성적으로 주목을 받았고, 2024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했다.
입단 첫 해부터 불펜 자원으로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며 1군 데뷔를 치렀다, 이후 2군에서 선발 수업을 받은 뒤 전반기 막판에 1군 선발투수 데뷔전을 가진 뒤로 계속해서 등판 기회를 받았다.
선발 투수로서의 모습은 기대 이상이었다. 눈에 띄는 성적을 기록하진 못 했지만, 선발로 로테이션에 합류한 이후 평균 5.2이닝을 소화하며 이닝 소화력을 증명했다. 선발 출장한 12경기 중, 4경기 QS를 기록했고, 그중 QS+가 3경기이다.
또 다른 긍정적 요소도 존재한다. 9이닝당 허용 볼넷이 3.99로 준수했고, 79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허용한 피홈런은 단 6개에 불과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제구 안정성과 이닝 소화력 등에서 점차 발전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고, 이는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만들었다.
지난 시즌에 보여준 좋은 모습들로 기대를 받으며 시작한 2025시즌, 시범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자신이 선발 투수로써 손색이 없음을 각인시켰다. 그러나, 팀의 세 번째 경기에 선발로 나선 김윤하는 5이닝 8실점, 무려 5개의 피홈런을 허용하며 무너졌고, 불안한 출발을 알렸다.
곧이어 두 번째 선발 등판에서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타선의 침묵으로 또다시 패전을 떠안았다. 이후에도 김윤하에게는 연패를 끊을 수 있는 기회가 몇 차례 있었지만, 번번이 5-6회에 무너지거나 팀의 도움을 받지 못하며 연패를 이어갔다. 특히 김윤하의 9이닝당 평균 득점 지원은 3.5점에 불과해, 현 시점 기준으로 규정 이닝의 70% 이상을 소화한 투수들 중에서도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팀의 낮은 공격력도 김윤하가 연패를 끊지 못한 또 다른 원인이 됐다.
결국 6월 23일 기아전에서 4이닝 5실점 노 디시전을 기록한 후, 2군으로 내려갔고, 이에 대해 홍원기 감독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선수를 데리고 어떤 격려라든지 이런 것을 할 때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어떤 방향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또 워낙 생각이 많은 선수라 더 복잡할 것 같다. 단순하게 어떤 경기 운영이라든지 구종 선택 같은 것은 담당 코치들과 소통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제 그런 변화된 모습이 얼마만큼 마운드에서 보이고 지속성을 갖느냐 그런 것을 중점적으로 봤는데 개선이 안 되는 것 같다. 재조정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홍원기 감독의 인터뷰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한동안 김윤하의 1군 등판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23 시즌이 끝난 후, 이정후와 안우진이라는 팀의 기둥들이 동시에 이탈하며, 이에 따라 팀은 ‘리빌딩’이라는 새로운 기조를 내세웠다. 그러나 리빌딩이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영입은 멈췄고, 외부 영입 없이 내부 자원만으로 시즌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키움은 만성적인 선수 부족에 시달려야 했다.
리빌딩의 성공 사례들을 살펴보면, 장기적 계획 수립, 유망주 육성 체계 구축, 정확한 보강 시점 판단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철저히 지켰다. 반면, 키움은 주축 선수의 대거 이탈에 대한 대응 없이 선수 연봉 절감과 외인 교체에만 집중했으며, 1군과 2군 사이의 유망주 순환 기용 또한 명확한 육성 계획 없이 반복적인 실험에 머물렀다.
특히 MLB에서처럼 전력을 일시적으로 내려놓더라도 핵심 유망주를 중심으로 한 성과 기반 육성 시스템을 세워야 했지만, 키움은 기초 체력도 갖추지 못한 선수들을 급히 1군에 올리고, 수비와 타격의 기본기를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 채 리그 경쟁에 투입시켰다.
또한, 투수가 부족한 팀의 현실은 망각한 채 외국인 타자 2명을 동시에 기용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는 젊은 국내 투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한 전략으로 보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로 돌아갔다. 앞서 언급했 듯, 김윤하의 사례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외국인 타자 전략이 무너진 뒤 급하게 외국인 투수를 영입했지만, 이미 흔들린 팀 분위기와 조직력을 회복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일련의 선택들은 ‘유망주 중심의 육성’이라는 말로 포장되었을 뿐, 실제로는 전력 강화에 대한 의지 부족과 준비 없는 조직 운용이 드러난 결과였다. 지금의 키움은 드래프트 자원에만 의존한 채 역대 최저 승률을 향해 달려가는 ‘방치형 리빌딩’의 전형으로 보인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연패는 기록으로 남고, 그 기록은 곧 선수에 대한 평가이자 낙인이 되어 따라다닌다. 그렇기에 15연패라는 숫자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김윤하에게도 분명한 책임이 있지만, 그것은 2년차 투수의 어깨에만 지워질 만큼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김윤하에 대한 맹목적 비난이 아닌, 구단이 내세운 ‘리빌딩’이라는 목표를 다시 묻는 일이다. 선수 기용 시스템 점검, 선수 보호에 대한 고민, 그리고 팬들의 인내 어린 응원이 모일 때, 비로소 김윤하가 보낸 지금까지의 시간들이 좋은 결과로 선수와 팀, 그리고 팬 모두에게 돌아올 것이다. 아직 미완성이지만, 그 안에는 분명 미래를 향한 가능성이 있다. 연패는 기록이지만, 성장도 마찬가지다.
사진 출처/키움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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