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BO 리그는 1,000만 관중 시대를 개척하며 역대 최고 수준의 흥행을 기록했고, 올해 역시 이를 월등히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중계 시청률과 온라인 팬덤 역시 과거에 비해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는 등 KBO 리그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성장 속에서도 해설의 질만큼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경기 흐름을 짚지 못하는 분석, 편향적 발언, 반복되는 사담 중심의 해설은 팬들 사이에서 오랜 기간 불만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인필드 리포트’가 4000명의 KBO 팬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고, 이를 토대로 KBO 해설에 대한 팬들의 인식과 구체적인 개선 요구를 알 수 있었다.

본 칼럼은 해당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의 KBO 해설이 리그의 흥행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는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설문은 인스타그램 등 SNS 링크 공유를 통해 진행되었으며, 응답자의 약 85%가 10대와 20대로, 젊은 팬들의 참여가 주를 이뤘다. 또한 전체 응답자 중 약 93%는 KBO 리그 중계를 주 3회 이상 시청하고 있으며, 77%는 해설을 집중해서 듣는다고 답했다. 이를 통해 평소 야구 시청과 중계 및 해설에 관심이 높은 팬들이 설문에 참여했음을 알 수 있다.

그래프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설문 응답자 절반 이상이 현재 KBO 해설에 대해 부정적 인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소 불만족’과 ‘매우 불만족’을 선택한 비율이 전체의 약 77%에 달하며, 이는 해설이 경기 몰입이나 이해를 돕기보다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해설의 문제점으로는 ‘편파적인 해설’이 가장 많이 지적됐고, 이어 ‘사담 중심의 진행’, ‘부정확한 정보’, ‘어눌한 말투’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편파 해설’에 대한 논란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고질적인 문제로, 특정 팬덤을 비하하거나 해설위원이 자신의 출신 팀을 노골적으로 응원하는 등의 방식으로 드러나곤 했다. 이처럼 팬들이 꼽은 해설의 문제점들은 취향의 영역이 아니라, 해설자들의 전문성과 태도, 전달력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

설문 결과를 통해 팬들이 해설에 기대하는 바는 분명히 드러난다. 가장 많은 응답자가 해설을 듣는 이유로 ‘상황 이해를 돕기 위해’를 꼽았으며, 이는 해설이 단순 배경음이나 잡담이 아닌, 경기의 흐름을 이해하고 몰입하는 데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준다.

전체 응답자의 약 90%가 ‘중립적인 시선’을 해설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 선택했다는 점은 매우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는 팀 편향이나 개인적 발언들이 경기의 몰입도를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으며, 팬들이 무엇보다도 편파가 아닌 중립적인 해설을 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외에도 ‘데이터 해석 능력’, ‘높은 작전 이해도’를 우선적으로 꼽았다. 이는 단지 유명인이나 전직 선수라는 이유만으로 해설자로 기용되는 관행을 넘어서, 객관성과 분석력, 전달력을 갖춘 해설자를 원하는 팬들의 요구를 명확히 드러낸다.

KBO 리그는 이제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대중적 흥행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관중 수와 시청률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해설의 수준은 여전히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리그가 성장한 만큼, 해설도 그에 걸맞은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춰야 한다는 팬들의 요구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팬들이 원하는 해설의 방향은 분명하다. 경기의 흐름을 정확히 짚고, 핵심을 간결하게 전달하는 해설이다. ‘작두 해설’로 불리는 이대형 해설위원의 중계가 그 대표적 사례다. 그의 해설이 주목받는 이유는 말재주나 유머가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싸움과 작전의 맥을 팬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기 때문이다.

KBO 리그가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길 바란다면, 중계석 역시 그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해설은 경기의 일부가 아니라, 팬 경험의 핵심 요소다. 팬들은 이미 그 방향을 제시했고, 이제는 방송사와 해설진들이 응답할 차례다.

사진 출처/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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