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터 기준일 : 2025.06.27
2023시즌, 시애틀 매리너스의 불펜 투수 맷 브래쉬(Matt Brash)는 해당 시즌 불펜 투수 중 최다 경기 출장을 기록하며 시애틀 불펜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2024시즌이 개막한지 약 한 달 만에, 팔꿈치 통증으로 토미 존 수술을 받으며 시즌을 조기에 마감해야 했다.
브래쉬의 이탈 이후, 시애틀은 불펜진의 불안정한 모습으로 인해 무너지는 경기가 잦아졌고, 결국 단 1경기 차이로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불안정한 불펜으로 고통받은 팬들은 브래쉬의 복귀를 열망했다.
지난해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시작된 2025 시즌, 마침내 그가 복귀했다. 브래쉬는 복귀 후 지금까지 16경기에 등판해 14.1이닝을 소화했고, 아직까지 0.00의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있다. 샘플 사이즈는 작지만, 토미 존 수술을 받고 1년 가까이 재활에 매진해야 했던 투수가 이렇게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는 것은 꽤나 드문 일이다.
수술 후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구속 저하와 경기 감각 상실이라는 어려움을 고려하면, 브래쉬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더욱 인상적이다. 시애틀의 댄 윌슨 감독도 “마치 예전 그대로 돌아온 것 같다”며 극찬했다.
그렇다면 맷 브래쉬는 어떻게 이러한 패널티를 극복하고, 정상급 기량을 선보이는 걸까?

복귀한 브래쉬는 기존의 팔각도와 익스텐션1은 유지하되, 피칭 스타일을 완전히 바꾸며 새로운 투수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전의 맷 브래쉬는 평균 98.1 마일, 최고 100마일의 포심 패스트볼과 리그 최고 수준의 무브먼트를 자랑하는 슬라이더, 이 두 가지 구종으로 승부하는 탈삼진형 투수였지만, 토미 존 수술의 여파로 포심 구속이 2마일 가량 떨어지며 이전처럼 강력한 포심은 보기가 어렵게 됐다.
이후 브래쉬는 포심 패스트볼을 과감히 버린 후 싱커를 채용했고, 위와 같은 효과를 보고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나 땅볼 비율이다. 싱커는 이전의 강력한 포심처럼 많은 헛스윙을 끌어내진 못하지만, 땅볼 유도에 최적화 된 구종답게 많은 땅볼을 이끌어내는 모습이다.

새로 장착한 체인지업도 다른 구종을 보조하는 역할로써 꽤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브래쉬의 체인지업은 최근 MLB 투수들 뿐만 아니라, KBO리그의 코디 폰세, 드류 앤더슨 등 많은 선수들이 사용하기 시작한 킥-체인지업(Kick Changeup)이다.
킥-체인지업(Kick Changeup)은, 여타 체인지업과는 다르게 회전수가 적으면서도 구속이 빠르고 낙차가 크다는 차이가 있다. 기존의 체인지업은 타고난 내회전을 바탕으로 수직 무브먼트를 만들어내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투구에 어려움을 겪는 투수들이 많았지만, 기존에 체인지업 투구에 어려움이 있던 투수들도 던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투구 시 회전축을 찬다(Kick)는 데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브래쉬의 체인지업 무브먼트 자체는 그렇게 뛰어나다고 볼 수 없지만, 투심, 슬라이더와 섞어 던지며 타자들에게 더 큰 혼란을 선사한다. 특히 좌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구종이다 보니, 좌타자 상대 성적이 안 좋았던 이전에 비해 많이 좋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브래쉬는 새로 장착한 체인지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인터뷰했다.
“체인지업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아직 스트라이크존에 제대로 넣는 법을 배우는 중이긴 해요. 주로 낮게 빠지긴 하는데, 그게 제가 의도한 거라 괜찮아요. 다만, 좀 더 스트라이크존 안쪽으로 던져야 해요. 왜냐면 그 공이 진짜 좋은 움직임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브래쉬는 자신이 가진 최고의 무기였던 슬라이더를 한 단계 진화시켰다. 재활 중, 회전축과 손목 각도에 변화를 주어 공 끝에 훅이 더해진 새로운 움직임을 발견했고, 곧바로 실전에 적용시켰다. 기존의 슬라이더보다 약간 느린 90~92마일의 구속을 가지지만, 16.2인치로 더 넓어진 수평 무브먼트와 예측하기 어려운 궤적으로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한다.
기존의 커브에 비해 낙폭이 줄고, 좀 더 수평적으로 움직이는 커브와 함께 구사하며, 슬라이더-커브라는 두 구종을 조금 더 수평 편향적인 하나의 스위퍼로 변화하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왼쪽부터 2023년, 2025년 투구 그래프)

맷 브래쉬는 포심과 슬라이더에 의존하는 삼진형 투수에서 벗어나, 수평 편향적인 피칭을 통해 정교함으로 타자를 공략하는 투수로 진화했다. 그의 새로운 구종 조합은 타자들에게 더 큰 혼란을 야기했고, 더 안정된 모습으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아직 미숙한 구종들의 제구를 다듬고, 이닝 소화력을 회복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지만, 지금까지의 모습이라면 시애틀 팬들은 물론이고, 야구 팬들의 눈을 한 층 더 즐겁게 해줄 것이다. 그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그는 앞으로 어떤 투수가 될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 요소가 될 것이다.
출처
- https://marinersblog.mlblogs.com/
- https://baseballsavant.mlb.com/
- https://www.fangraphs.com/
- https://pitcherlist.com/
- Above Replacement Radio
- 투수가 투구판에서 공을 놓는 지점까지 앞으로 끌고 나가는 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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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네요
잘쓰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