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기준일 : 2025.06.23

2022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새로운 영웅이 탄생했다. 그의 이름은 제레미 페냐, 데뷔와 동시에 ALCS MVP와 월드시리즈 MVP를 차지했으며, 시즌이 끝난 후 골드글러브까지 수상했다. 이전 시즌까지 팀의 슈퍼스타였던 카를로스 코레아를 잃은 휴스턴에게 페냐의 성장은 엄청난 소식이었다. 월드시리즈에서의 활약 이후 페냐는 엄청난 주목을 받았고, 특히 오프시즌에는 그의 엄청난 ‘근육’이 화제가 되었다. 많은 휴스턴 팬은 페냐가 코레아처럼 되어주길,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선수로 성장해주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제레미 페냐는 자신의 스타일을 잃고, 더 성장하지 못하는 듯했다. 2023년과 2024년은 제레미 페냐와 휴스턴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그런데 2025년, 한순간의 ‘반짝’인줄만 알았던 유격수가 다시 깨어나기 시작했다. 리그 전체 WAR 5위를 기록, wRC+ 146으로 리그 유격수 전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게 어찌 된 일일까? 단순한 ‘운의 작용’일까? 아니면 새로운 메커니즘의 적용, 자신의 스타일을 찾은 것일까? 이번 글에서는 휴스턴의 영웅이었던 남자, 제레미 페냐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제레미 페냐의 지표에서는 그의 노력이 드러난다.

우선 페냐의 성적은 대체로 감소하는 추세로 이어졌다. 리그 평균이 100인 wRC+가 데뷔 시즌 102로 평균보다 조금 더 좋은 수준이었으나 이후 다시 그 이상을 넘지 못했다. 게다가 데뷔 시즌 골드글러브를 수상할 만큼 뛰어났던 수비 능력 또한 꾸준히 감소했다. Def와 OAA처럼 수비를 나타내는 지표는 꾸준히 하락한 끝에 2024년 평균 이하의 수준까지 도달했다. WAR 역시 데뷔시즌의 수치를 넘지 못했다. 또한 데뷔시즌부터 22홈런을 기록하며 많은 팬이 그의 파워를 기대했으나, 정작 그 이후 홈런의 증가는 없었다. 

이와 달리, 지표에서 긍정적인 부분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K%와 xBA가 그 예이다. 데뷔 시즌 페냐의 선구안은 정말 심각한 수준이었다. BB%는 하위 4%이면서 삼진은 삼진대로 하위 30%, 마치 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하비에르 바에즈를 연상하게 하는 성적을 보였다. 이랬던 그의 삼진율은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 다음 해에 4%나 감소했고, 이듬해에 3%를 더 감소시키며 ‘삼진을 적게 당하는 선수’ 축에 낄 정도로 바뀌었다. 여전히 볼넷이 많지는 않았으나, 이전보단 나은 수준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또한 꾸준히 타율과 xBA를 올려 나갔다. 삼진은 적게 당하고, 방망이에는 더 잘 맞히는 선수가 된 것이다. 실제로 컨택률도 꾸준히 개선하여 데뷔 시즌엔 71.4%였던 것이 2024년에 77.1%까지 오르게 되었다. 

제레미 페냐는 꾸준히 자신의 기대치를 증명해 내지는 못했다. 물론 2022년의 성적도 ‘슈퍼스타’ 급은 아니었으나,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퍼포먼스, 그리고 엘리트 수비수라는 점에서 인정할 만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2023년과 2024년 그의 퍼포먼스는 실망스러웠다. 2023년엔 수비가 여전히 건재했으나 공격력 면에서 리그 평균보다 다소 아쉬웠다. 2024년엔 공격력이 리그 평균만큼으로 돌아왔으나, 이번엔 수비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아무 성과도 없는 2년은 아니었다. 그동안 그는 컨택률과 삼진율을 개선해 나가며 앞으로 도약할 발판을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2년간의 노력이 바로 2025년 터지게 된다.

2025년, 페냐의 성적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76경기 만에 벌써 2023년과 같은 수의 홈런을 때려냈고, WAR은 이미 커리어 최고점을 기록하고 있다. 2할 7푼을 넘지 못하던 타율은 현재 0.328, 리그 전체에서도 손에 꼽는다. wRC+는 148로 리그 유격수 중에서 2위에 올라와 있다. 삼진율은 더욱 개선되었고, 수비 역시 예전의 골드글러브 퍼포먼스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었을까? 단순한 운의 작용일까? 오늘은, 이 정답을 ‘타격폼’에서 찾아볼까 한다.

(왼쪽부터 2022/2023, 2024, 2025)

제레미 페냐의 타격폼 변화는 야구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분명하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그의 ‘다리’다. 이전까진 두 다리를 거의 일직선으로 두며 타격했으나, 2025년 들어 다리를 조금 더 투수 쪽을 바라보고 있다. 이 수정은 페냐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바깥쪽 슬라이더와 몸쪽 볼에 대한 약점을 해결해 주었다. 기존 페냐는 플레이트 안쪽으로 파고드는 성향이 있어 상대 투수들이 몸쪽 빠른 공을 던지거나, 슬라이더를 바깥쪽에 던지며 헛스윙을 유도하는 경우가 잦았다.

‘플레이트 안쪽으로 파고드는 성향이 강한 선수들’이라 하면 홈 플레이트에 가깝게 서는 선수들을 의미하는데, 페냐의 경우 스트레이드 동작에서 그런 성향이 강하게 보인다. 이런 타자들은 자연스럽게 몸쪽 공에 대한 공간이 줄어들어 몸쪽 공에 취약점을 갖게 되며, 바깥쪽 공에는 오히려 적극적이고, 장점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이런 바깥쪽에 적극적인 성향이 오히려 발목을 잡아 바깥쪽 슬라이더에 쉽게 방망이가 나가게 될 수도 있다. 제레미 페냐는 2023년과 2024년, 플레이트로 파고드는 타자의 모든 단점을 흡수한 채로 시즌에 임하고 있었다.

(좌측부터 2024, 2025)

휴스턴 타격코치 알렉스 신트론은 이런 약점을 해결하는 것이 그의 스윙폼 수정의 목적이었다고 말한다. 페냐는 더 개방된 자세를 취하고, 다리가 닫히는 움직임을 가지게 되면서 몸의 중심을 더 잘 잡을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기존 약점을 해결할 수 있었던 페냐는 올해 몸쪽 공에 대한 타율이 .420, 이는 스티븐 콴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빠른 공에 대한 대처 능력까지 좋아져 95마일 이상 패스트볼에 대한 타율이 애런 저지 다음으로 좋다.

불필요한 Bat Waggle(배트 흔들기) 동작 이 사라진 것도 눈에 띈다. 일반적으로 Bat Waggle 동작은 집중을 방해하는 경향이 있어 페냐 역시 이 부분에서 도움을 받았다. (물론 개인차가 있어 게리 셰필드처럼 Bat Waggle 동작을 크게 가지는 경우도 있다.)

MLB 네트워크는 그를 전임 유격수였던 카를로스 코레아와 매우 비슷하다고 표현했다. 페냐와 코레아 모두 매우 뻣뻣한 것처럼 보이는 동작을 가지고 있지만, 매우 뛰어난 운동 신경과 빠른 반응을 기반으로 한 플레이스타일을 자랑한다. 

타격폼의 수정으로 성장한 제레미 페냐가 시즌 초반부터 뛰어났던 것은 아니다. 3월과 4월 OPS는 .791로, 이전보다 좋은 수치긴 하나 현재 기록하고 있는 OPS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페냐의 본격적인 비상은 그가 리드오프로 자리를 옮긴 후부터 시작되었다. 조지 스프링어가 휴스턴을 떠난 후 리드오프는 호세 알튜베가 자리잡았다. 그러나 지난 시즌부터 그의 노쇠화가 급격해지기 시작했고, 호세 알튜베가 더는 리드오프 자리에 맞지 않았다. 그래서 발도 빠르고 이번 시즌 도약이 보이기 시작했던 제레미 페냐가 대체했다.

제레미 페냐는 리드오프로 이동한 후 51경기에서 .362의 타율, .956의 OPS로 맹활약하고 있다. 리그에서 제레미 페냐보다 좋은 리드오프는 현재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를 제외하곤 찾아보기 쉽지 않다. 휴스턴 역사에서도 현재 페냐보다 좋은 선수를 찾아보려면 조지 스프링어를 제외하곤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제레미 페냐는 휴스턴 2020년대 최고의 리드오프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리드오프 자리를 페냐에게 내준 호세 알튜베 역시 새 자리에서 OPS .921을 기록하고 있다. 페냐의 리드오프 이동, 알튜베의 3번타자 이동은 휴스턴의 판도를 아예 새롭게 바꾸었다.

페냐의 도약과 함께 휴스턴은 2025년 6월 25일 기준, 승률 .582로 지구 1위를 달리고 있다. 그가 리그 최고의 유격수임은 틀림없으며 현재 활약 덕분에 스캇 보라스와 계약까지 따낼 수 있었다. 페냐의 도약은 어디까지 계속될 것인가? 페냐는 다시 한번, 휴스턴의 히어로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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