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와 신시내티가 만난 NL 와일드카드 시리즈, 두 팀의 전력 차이가 그대로 드러났다. 1차전에서 다저스는 상대 에이스 헌터 그린이 등판했지만 오타니 쇼헤이의 멀티 홈런 포함 5개를 기록했다. 그린의 플레이오프 데뷔 전 높은 존에 몰린 패스트볼과 타이밍이 늦은 슬라이더가 계속해서 장타로 연결됐다. 어린 시절 다저스타디움 관중석에서 꿈꿔온 가을야구 마운드였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반면 다저스 마운드는 블레이크 스넬이 1차전에서 정규 시즌 막판의 좋은 흐름을 그대로 가져와 플레이오프 문을 잘 열었다. 스넬은 7이닝 9탈삼진 1사사구로 다저스의 에이스임을 증명했다.

다저스가 1차전을 잡은 다음 날, 신시내티가 루키 살 스튜어트의 2타점 적시타로 먼저 2:0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곧바로 다저스가 6회에만 4점을 뽑아내며 리드를 가지고 왔다. 마운드에선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6.2이닝 9탈삼진을 기록하며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최강의 원투펀치를 자랑했다. 타선에서는 무키 베츠가 2루타 3개로 공격의 리듬을 끌어올렸다. 정규시즌 불안했던 다저스 구원진도 끝내 경기를 지키며 필라델피아가 기다리는 디비전 시리즈 티켓을 가지고 왔다.

다저스는 1차전 ‘슈퍼스타’ 오타니가 마침내 투수로 플레이오프에 나선다. 빠른 포심과 옆으로 길게 휘는 스위퍼를 주무기로 구사한다. 플레이오프 투수 데뷔전, 시티즌스 뱅크 파크의 팬들의 함성, 장타를 노리는 좌타자들이 많은 필라델피아 타선의 특성을 고려하면 부상 전 ‘3구종’ 이었던 상, 하로 흔드는 스플리터 제구가 변수다. 필리스 상대 전적도 좋은데 통산 이번 시즌 1경기 등판해 5이닝 1사사구 노히트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2차전은 타일러 글래스나우가 유력하다. 글래스나우는 정상급 구위를 자랑하는 포심과 예리한 슬라이더로 타자 타이밍을 정면으로 찍어 누르는 전통적인 파워 피쳐다.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많은 터너, 봄 등에게 초구부터 과감한 승부가 필요하다. 이번 시즌 필라델피아 상대 1경기 등판해 2이닝 5실점으로 크게 부진했다. 통산 성적도 5경기(3선발) 16.2이닝 15실점(14자책, ERA 7.56)으로 좋지 않다. 이번 시즌 홈 ERA(2.77), 원정 ERA (4.08)이 차이 나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다저스타디움으로 이동한 3차전에는 에이스 스넬이 예상된다. ‘건강하면 에이스’ 라는 수식어가 있는 만큼 부상에서 복귀한 후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중이다. 최대 약점인 볼넷까지 줄이며 치열했던 NL 서부 지구 우승을 지켜냈다. 좋은 포심과 체인지업이 만드는 터널링을 중심으로 헛스윙 유도 능력이 매우 좋다. 헛스윙이 많은 선수들이 대부분인 필리스 타선 상대로 실투만 조심한다면 디비전 시리즈 역시 활약이 기대된다. 이번 시즌에도 필리스와 1경기 만나 7이닝 2피안타 2사사구 무실점으로 완벽에 가까웠다.

4차전은 ‘에이스급 2선발’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예상된다. 와일드카드 2차전에서 이미 6.2이닝 9탈삼진으로 좋은 컨디션을 자랑하며 시리즈 스윕을 이끌었다. 최고 100마일에 근접하는 포심과 존 위, 아래를 가르는 스플리터와 큰 낙차 커브를 구사한다.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존을 공략하는 만큼 필라델피아 타자들은 공격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이번 시즌 필리스와 1경기 만나 6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필라델피아는 크리스토퍼 산체스가 1차전 선발로 오른다. 싱커와 체인지업을 중심으로 땅볼과 탈삼진을 유도한다. 오타니, 프리먼 등 좌타자가 많은 다저스를 상대로는 역시 초구 체인지업 빈도를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핵심이다. 이번 시즌 다저스와 2경기 만나 2경기 12.2이닝 ERA 5.68을 기록했다. 통산 상대 전적은 4경기 24.2이닝 ERA 4.01이다.

필리스 합류 후 기복은 있었지만 대체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헤수스 루자르도가 2차전 선발 투수로 예상된다. 루자르도는 90마일 후반대 포심에 강력한 스위퍼로 헛스윙을 유도한다. 우타자들 몸쪽 공략과 체인지업 커맨드에 디비전 시리즈 활약이 달려있다. 다만 볼카운트가 불리하게 흐른다면 하위 타선에게도 장타를 허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시즌 다저스전 2경기에 나서 14이닝 14삼진 ERA 2.57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3차전 선발로 예상되는 수아레즈는 이전 좌완 투수들과 결이 다르다. 탈삼진보다는 싱커, 체인지업, 커터로 로케이션을 공략해 땅볼을 유도한다. 플레이 오프 원정 경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을 가지고 있다. 이번 시즌 다저스와 한경기 만나 퀄리티 스타트 달성, 통산 성적도 8경기(5선발) 29.2이닝 ERA 3.64를 기록하고 있다.

마지막 로테이션 한자리는 애런 놀라로 예상된다. 시즌 내 기복과 구위 편차 탓에 시즌 성적은 좋지 않았다. 너클 커브가 주무기로 탈삼진, 땅볼 유도에 강점이 있다. 카운트가 유리하면 바깥쪽 커브로 루킹 삼진을, 불리 카운트에선 싱커로 땅볼을 유도한다. 높은 존 포심이 뜨거나 변화구 구위가 약하면 워커 뷸러, 타이후안 워커 등 투수들이 빠르게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시즌 다저스와 1경기 만나 퀄리티 스타트를 달성했다. 통산 12경기에 나서 71이닝 76삼진 ERA 4.31을 기록했다.

두 팀 불펜은 활용 방법이 다르다. 필라델피아 핵심은 역시 요안 듀란이다. 마감일에 미네소타와 트레이드가 공식화된 뒤 필라델피아의 수호신으로 자리 잡았다. 필리스에서 역시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안정적인 마무리 한명이 합류하자 필리스 불펜 퀄리티는 확실히 달라졌다. 9회가 시작되기 전은 맷 스트람, 오리온 커커링, 태너 뱅크스, 팀 마이자가 상황에 맞춰 등판한다. 경기 분위기가 기울면 워커 뷸러, 타이후안 워커가 긴 이닝을 소화한다.

7~8회 커커링, 스트람으로 타순을 쪼개고, 9회는 듀란으로 닫는다. 다저스 상위 타순은 좌우 타자가 촘촘히 섞여 있지만, 듀란은 좌우 가리지 않아 마지막 타순을 정면 돌파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단기전에서 듀란을 1이닝이 아닌 8회 2아웃 상황에서 등판해 9회까지 멀티이닝을 맡길 수도 있다.

반대로 다저스는 2025시즌 계속해서 불안한 불펜진을 운영했다. 후반기에는 필승조 알렉스 베시아까지 ERA 4.50으로 부진했다. 물론 사사키 로키의 복귀, 클레이튼 커쇼의 불펜 전향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당초 필승조였던 블레이크 트레이넨, 태너 스캇, 커비 예이츠의 부진, 브록 스튜어트의 부상이 있는 불펜진은 좋은 불펜이라고 말할 수 없다. 로키의 제구, 커쇼의 구위 역시 아직 안정적이라고 말하긴 힘들다.

불안한 불펜진인 만큼 빠른 교체 타이밍이 중요하다. 필리스 상위 타선은 초구부터 장타를 노리는 슈와버, 카운트를 깊게 끌고 가는 하퍼, 그리고 컨택, 주루로 압박하는 터너가 연달아 나온다. 반면 다저스 불펜은 상위 타선이 많은 구간에 볼넷을 내주고 장타를 허용하는 2단 붕괴가 잦았다. 과하게 보일 수 있더라도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자주 올라가거나 빠른 템포로 교체를 하며 분위기 상쇄가 필요하다.

다저스 야수 키 플레이어는 무키 베츠다. 좌완 투수들이 대부분인 필리스 마운드가 오타니, 프리먼 구간을 저격할 때 베츠가 그 사이를 메워 흐름을 가져와야 한다. 상황에 따라 라인 드라이브로 우중간에 타구를 보낼 수도, 좌중간으로 장타를 노릴 수 있는 능력 역시 가지고 있다. 초반부터 베츠가 필리스 마운드를 흔든다면 시리즈 전체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투수 키 플레이어는 사사키 로키다. 시즌이 시작하기 전부터 2025년 화제의 중심이 된 빅리그 루키였지만 부상과 부진으로 실망스러운 정규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부상에서 복귀한 후 불펜으로 활용되며 2경기 2이닝 4K 무사사구로 무실점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복귀에 성공했다. 디비전 시리즈에서도 1이닝 2K 무사사구를 기록했다. 압박이 심한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사사키의 고질적인 제구 문제가 재발하지 않는 것이 다저스 불펜진의 키다.

필라델피아 야수 키 플레이어는 알렉 봄이다. 땅볼 유도에 강점이 많은 필리스 선발 투수들이 있는 만큼 내야 수비의 집중력이 중요하다. 하위 타순에 우타자가 다저스 타선 특성상 당연히 잡아야 할 3루 땅볼을 실수 없이 처리 해줘야 상위 타순도 보다 여유롭게 상대가 가능하다. 타선에서도 봄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강력한 상위 타순이 만드는 분위기를 하위 타순까지 이어주는 역할로 타선 흐름 역시 봄에게 달려있다.

투수 키 플레이어는 맷 스트람이다. 7, 8회를 책임지는 셋업이지만 상황에 따라 오타니, 프리먼이 묶인 상위 타순을 상대해 듀란에게 9회를 매끄럽게 넘겨야 한다. 오타니 상대로는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하고 프리먼에게는 과감한 커터를 사용하며 약한 타구를 유도해야 한다.

다저스는 와일드카드 때처럼 선발이 길게 끌고 타선이 한 이닝에 장타로 터뜨리는 공식을 지켜야 한다. 선발이 6이닝을 버텨줘야 불펜 노출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공식이 한번만 어긋나도 모든 틈을 가을 경험이 쌓인 필리스 주축 선수들이 파고든다.

필라델피아는 초반부터 다저스를 흔들어야 한다. 폭발적인 팬들이 지키는 홈구장에서 시작하는 만큼 첫 흐름은 필리스에게 있다. 다저스와 달리 후반에도 장타를 만들 수 있는 타자들이 분포되어 있어 한쪽 타자에 치우치지 않고 흐름이 막힐 때도 한 방으로 전세를 바꿀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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