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작년까지 지난 10년간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2016년을 제외하고 모든 시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었다. 특히나 이 기간 동안 드래프트 결과를 보면 유일하게 50명 이상의 MLB 진출 선수를 배출했고, 이들의 fWAR 총 합계 역시 유일하게 100승을 넘는 강력한 육성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휴스턴 운영의 특징에는 육성 외에도 장기 계약을 극도로 꺼리는 부분이 있다. 현재까지는 고액의 페이롤도 유지하면서도 매 시즌 가을에도 야구를 하고 있기에 좋은 결과로 돌아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조지 스프링어, 카를로스 코레아, 알렉스 브레그먼, 카일 터커 등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 수 있는 다수의 선수들을 놓치고 있다. 휴스턴이 앞으로도 더 높은 곳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장기 계약을 회피하는 전략을 일부는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휴스턴 ‘6의 법칙’이란
다수의 팀들이 재능 있는 선수를 고액 장기 계약으로 유지하거나 FA를 통해 영입하곤한다. 하지만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매년 10위 이내의 높은 페이롤 지출에도 불구하고 팀 역사상 최장 기간 계약은 카를로스 리(FA), 요르단 알바레즈(연장계약)의 6년에 불과하며 총액 기준으로도 호세 알투베의 5년 151m의 연장 계약이 가장 크다. 30개 팀 전체로 순위를 매겼을 때 25위에 해당하는 수치로 장기 계약을 꺼리고 있다.

휴스턴 ‘6의 법칙’이란 바로 현 구단주 짐 크레인 체제에서 선수들의 계약을 6년으로 제한하는 부분을 말한다. 2018년에 체결됬던 알투베의 5년 151M 계약의 경우 기존 팀 옵션 2년 1250만 달러를 포함하여 총 7년 163.5M의 계약이 되었는데 기존 계약 조건을 포함한 금액을 기준으로 알투베의 계약 순위는 역대 58위에 불과하다. 2번의 5년 계약을 맺은 알투베를 제외한 휴스턴 최고액 계약에 해당하는 요르단 알바레즈의 6년 115M 계약은 사이영 수상 후 5년 115M의 계약을 맺은 로비 레이와 함께 공동 120위로 구단이 얼마나 극도로 초고액 장기계약을 꺼리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역대 계약 순위
- 호세 알투베 5년 151M(2020~24)
- 호세 알투베 5년 125M(2025~29)
- 요르단 알바레즈 6년 115M(2023~28)
- 알렉스 브레그먼 5년 100M(2020~24)
- 카를로스 리 6년 100M(2007~12)
- 조쉬 헤이더 5년 95M(2024~28)
- 렌스 맥컬러스 주니어 5년 85M(2022~26)
- 저스틴 벌렌더 2년 66M(2020~21)
- 크리스티안 하비에르 5년 64M(2023~27)
- 크리스티안 워커 3년 60M(2025~27)
실링이 낮아지는 팜 시스템
그렇다면 장기 계약을 무조건 피하는 것이 현 시점 휴스턴에게 위험한 이유가 무엇일까? 먼저 팜 시스템을 볼 필요가 있다. 휴스턴의 21세기 역대 BA 팜시스템 랭킹의 변화를 보면 2010년대의 약진이 눈에 띈다. 제프 르나우가 단장으로 합류한 시기는 2012년이였기에 르나우 합류 전에는 팜의 뎁스가 좋지 못했고, 합류 후 매우 강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서 최하위권으로 다시 떨어졌고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휴스턴의 팜 시스템의 순위를 고려해볼 때 신인급 선수들이 뽑아내는 성적을 생각한다면 건재한 육성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루키 자격을 갖춘 선수들을 기준으로 팀의 투타 합산한 시즌 별 fWAR을 볼 때 2020년대에 들어서도 휴스턴은 리그 30개 팀 평균을 앞서고 있기에 저평가 받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팜 시스템의 순위는 기본적으로 조직 내에 톱 100에 해당하는 상위권 유망주가 얼마나 깊이 있게 많이 있는지가 주요한 고려 대상이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다저스와 탬파베이와 같이 스카우팅 및 육성 능력 등 정성적인 부분이 중요할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탑망주의 졸업이 순위 하락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2020년대에 들어서 보여주고 있는 휴스턴의 팜 시스템 순위는 잠재력이 상방으로 크게 열린 선수들이 계속해서 부족하다는 뜻이 된다.
현재의 위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지난 시즌으로 후반기 안정적으로 로테이션에 정착한 스펜서 아리게티가 있었지만 2018년 이후 6년만에 휴스턴 선수 중 신인왕 득표를 기록한 선수가 없었다. 그 결과 단축시즌 이후 처음으로 신인들의 fWAR 총 합계가 리그 평균에 미달하는 결과를 낳았다.
올해는 캠 스미스가 리그 평균 이상의 활약을 하고는 있고 투수쪽에서는 라이언 구스토, 브랜든 월터 등이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줬지만 타선에서 기대를 모았던 나머지 탑 유망주였던 브라이스 매튜스, 제이콥 멜튼, 잭 데젠조 모두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에 계속해서 도전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한편 계속된 휴스턴의 성공이라는 결과 뒤에는 드래프트로 인한 유망주 수급의 어려움과 단기 성과를 위한 유망주 트레이드로 인한 지출이 있라는 문제점이 위치하고 있다. 월드시리즈 우승 다음해인 2018년부터 년도별 드래프트에서 휴스턴의 가장 빠른 픽 순위를 본다면 28번-32번-72번-87번-28번-28번-28번-21번으로 유망주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한 장기계약을 피하여 발생하는 핵심 선수 유출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팜 시스템의 “재구축”도 필요하지만 트레이드 마감시한 때 보강을 위하여 팀 내 핵심 유망주였던 코리 리를 켄달 그레이브맨과 드류 길버트, 라이언 클리포드를 저스틴 벌렌더와 조이 로퍼피도, 제이크 블로스를 기쿠치 유세이와 트레이드 하면서 지속적으로 유출되고 있다. 올 시즌 역시 헤수스 산체스를 영입하면서 로테이션에 자리잡은 라이언 구스토를 트레이드 했다. 따라서 앞으로도 카일 터커<=>캠 스미스와 같이 FA를 앞둔 기존 선수를 통한 유망주 수급이 동반되지 않는 한 휴스턴의 팜 랭킹의 개선은 쉽지 않아보인다.
최근 들어 부진한 FA 계약 성과
앞서 언급했듯 휴스턴은 정말로 고액 계약을 피하려고 하지만 FA 시장에서는 그 기조가 더 강하다. 전 구단주 시기에 맺었던 카를로스 리의 6년 100M 계약이 휴스턴 FA 계약 역사상 가장 큰 금액인데 18년 전에 체결 된 계약이다. 크레인 체제에서는 지난 시즌 시작 전에 맺었던 조쉬 헤이더의 5년 95M이 가장 크며, 그 이전에는 2017년 시즌을 앞두고 4년 계약을 맺었던 조쉬 레딕의 계약이 가장 장기간 계약이였다.

크레인은 때로는 공격적인 무브를 원하기에 2022시즌의 우승을 이끌었던 제임스 클릭 단장과는 결별 후 현재 다나 브라운이 팀을 이끌고 있으며, 카일 터커를 트레이드 한 만큼 크레인과 방향이 어느 정도 일치하는 측면이 있었다. 그리고 장기 계약과 관련된 측면 역시 비슷한 것으로 생각된다. 2023년 2월 인터뷰에서 “장기계약 체결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나가겠다”고 했지만 이후에 나온 인터뷰에서는 “5년보다 조금 더 긴 계약에 대해 열려 있다면, 할 수 있지만 10년은 부담스럽다”, “33세 이상 거래는 불편하다”는 식으로 사실상 크레인과 별반 다르지 않은 발언을 했었기에 앞으로도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계약 후반이 불안한 것은 이해가 가능하지만 그 이유로 올해 1루수에 39.5M을 쓰고도 wRC+ 90, 23위에 그치고 있는 부분의 설득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호세 어브레유와 크리스티안 워커의 경우 당시 FA 시장에 있던 1루수 중에서는 탑티어 선수를 영입한 것이기에 합리적이라며 참작이 필요함에도 브라운의 주장대로라면 워커는 34~36세 구간이기에 장기 계약에 비하여 짧은 기간과 적은 금액 외에 계약의 위험성 자체는 동일하다.
계속되는 이탈에 쌓이는 팬들의 불만
뎁스 vs 슈퍼스타에 대한 논쟁의 결론은 장기적인 성과를 위해선 뎁스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나오고 있다. 휴스턴도 그 방향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그렇지만 프랜차이즈 선수들의 이탈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팬들의 불만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계속되는 지구 1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관중 동원력은 16년만에 300만 관중에 성공한 2023시즌 고점을 찍고 계속해서 내려오고 있다.

현실적으로 팀이 코어로 생각하는 선수 1명 혹은 2명만 잡으면 좋겠지만 휴스턴의 행보는 코어급 선수를 그대로 떠나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6의 법칙은 장기 계약을 기피하는 효율적인 무브일 수도 있지만 자체 생산 유망주 출신 선수 중에 서비스타임 6.0 이상에서 장기 재계약에 성공한 선수는 알투베가 유일하기에 팬덤 입장에서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홀대하는 정책으로 인식될 수 밖에 없다. 당연히 통계적으로만 말한다면 장기계약은 최악일 수 있지만 프랜차이즈 스타는 팀의 얼굴이자 리더로서 선수단을 통솔하고 팬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역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통계 이상의 무언가가 있기에 1명 쯤은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트레이드 마감시한에 단행한 카를로스 코레아의 복귀는 팬들에게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코레아의 합류가 팀 운영 방향을 새로운 방향으로 바꿀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히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주는 계약이며 팬덤의 반응은 매우 호의적인 상황이다.

앞으로는 달라져야 할 휴스턴의 전략
프람버 발데스가 사실상 FA로 나가는 것이 확정적인 현 시점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핵심 선수는 제레미 페냐와 헌터 브라운이다. 올 시즌 벌써 fWAR 4.1을 기록 중인 타격의 핵심인 페냐는 5년 1억 달러의 연장 계약 소문이 있었지만 스캇 보라스가 합류하면서 낙관론은 사라졌고 또 FA 시장으로 나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페냐와의 계약이 더욱 중요한 것은 계속된 선수 유출과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정착하지 못하는 유망주들로 인하여 팀 타격 생산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부분이다.

현 시점 사이영 컨텐더급의 퍼포먼스를 보이는 브라운의 연장 계약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연봉 조정 시즌 동안 1년차에는 FA 대비 25%, 2년차에 40%, 3년차에 60%의 연봉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올 시즌이 끝나고 연봉 조정 1년차에 접어드는 브라운의 마지막 연장 계약 적기는 이번 겨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수들에게 연장 계약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장기간으로 눌러 앉히기가 어렵다면 최대한 젊을 때, 최대한 FA랑 멀 때 연장 계약으로 눌러 앉혀야한다.
과거의 성과를 복기한다면 휴스턴의 성적에는 육성과 재발견을 통하여 뎁스와 슈퍼스타가 함께하는 모습을 보였다. 육성과 재발견이라는 휴스턴의 강점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뽑을 수 있는 유망주의 실링이 계속해서 낮아지는 불리한 조건 있기에 장기 계약의 통계적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코어 선수를 눌러 앉히는 것은 중요하다.
프로는 성적으로 증명해야 하지만 그 만큼 중요한 것이 팬들의 참여다. 팬이 없다면 그깟 공 놀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팀의 존재 이유인 팬들을 이해시키면서도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은 납득 가능한 수준에서 팀의 코어인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눌러 앉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코레아의 합류가 장기 성적과 팬의 지지를 모두 잡는 휴스턴 2.0의 시작이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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