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메이저리그에서는 100마일의 강속구를 뿌리지만 제구력이 약점인 “Wild Thing” 리키 본이 시력 문제를 해결하고 영점이 잡히면서 포텐이 폭발하는 장면이 나온다. 야구 선수들은 150km가 넘는 아주 작은 공을 정확하게 꽂고, 잡고, 쎄리기 위해서 시력은 생명에 가깝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시력은?
영어표현 중에 “Hindsight is 20/20” 혹은 “20/20 vision”이라는 표현이 있다. 시력 검사를 20피트(약 6m)거리에서 측정하는데/나는 XX피트의 거리에서 볼 수 있다에서 유래한 것으로 “지나고 나면 항상 확실하다”는 뜻을 가진 표현이며, 이는 한국 시력 기준으로 1.0에 해당하는 정상 시력을 말한다.
통계로 봐도 일반인 기준에서 20/20의 시력은 평균 이상이다. 지난해 교육부의 ‘2024년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 결과’에 따르면 맨눈 시력 검사에서 0.7(20/28~20/29) 이하 또는 안경이나 렌즈를 낀 시력검사를 실시한 시력 이상 학생의 비율이 57.1%였다. 인도의 9,41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0/10(2.0)의 눈을 가진 사람은 단 1명이였고(물론 인도는 시력 장애율이 높음), 중국에서 4,438명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20/17(1.2)의 시력을 가진 사람이 22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선수는 20/15(1.33)이상의 시력을 가진 선수가 81%, 평균 20/13(1.5), 20/9.2(2.2)를 가진 선수도 2%가 될 정도이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시력 검사표는 20/15까지 측정하며 20/20은 일반 삶을 살아가는데 문제 없는 시력이지만 메이저리그로 진출하기엔 부족하다. 이 외에도 과거 보스턴에서 뛰어던 케빈 유킬리스는 20/11(1.8), 더스틴 페드로이아의 경우에는 20/10(2.0) 수준이라고 알려져있다. 즉 엘리트 선수들의 재능은 파워와 스피드를 넘어서 일반인보다 더 정확히 보고 효과적 처리도 가능하다.

시력 교정 기술의 발전이 주는 기회
시력 교정술의 발전은 안과 문제를 안고 있는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곤 한다. 일례로 브라이스 하퍼는 8학년(한국기준 중2)부터 시력 교정을 위하여 콘택트렌즈를 착용했고 워싱턴 시절 당시 팀의 검안사는 하퍼의 시력을 검사한 후 본 사람 중 가장 안 좋은 눈을 가졌다고 말할 정도였다. 또한 2018년 콘텍트렌즈가 잘 맞지 않아서 경기 중 안경을 쓰고 나오기도 했는데, 아큐브에서 밝은 빛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렌즈를 제공받은 후 다시 경기 중 안경을 쓰지 않고 있기에 기술이 하퍼라는 스타를 탄생하는데 어느정도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한편 안경을 쓴 야구 선수란 찾기가 힘들다. 야구 연구가인 칼 프리스트가 20년 동안 작성한 목록에 따르면 2005년 기준 안경을 쓴 선수는 총 431명이였고, 당시 기준으로 역사상 메이저리그를 경험 한 선수의 3%에 미달하는 수치. 젊은 미국 성인의 20~30%가 근시를 앓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시력에는 무슨 비밀이 있을까 싶지만, 최대 20%에 달하는 선수가 콘택트 렌즈를 착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만큼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다..
다시 각 10년 별로 시대상의 변화를 보면 안경을 쓰는 선수는 1970년대까지 증가하여 100명을 넘어 정점을 찍고 1990년대에 들어서 급격하게 감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안경 쓴 선수들의 포지션 비율을 보면 투수 40%, 포수 8%, 내야수 28%, 외야수 23%로 해당 시기에 뛰었던 총 선수들의 포지션 비율이 각 47%, 8%, 25%, 20%였기에 어느 특정 포지션에서 더 많이 안경을 착용하지는 않았다.

위의 그래프를 보면 크게 2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 첫째로 안경은 야구가 만들어지기 전에도 있었는데 1910년대 이전에 착용했던 선수는 없을까? 그 당시에는 안경 렌즈가 현재보다 파손되기가 쉬었으며, 유리 렌즈이기에 께질 경우 눈 부상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었다. 또한 안경을 쓴 선수에 대한 시대상의 이미지가 약함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1990년대의 급격한 감소는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바로 소프트렌즈와 시력 교정 수술의 도입이다. 하드렌즈(RGP)의 경우 안경으로 다시 돌아가는 선수가 나올 만큼 야구 선수들에게 부적합했는데 소프트렌즈가 1970년대 들어오면서 문제가 해결됬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오랜 시간이 안걸리면서 렌즈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라식과 같은 레이저 시력 교정 수술을 받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라식 수술이 경기력을 향상 시킬 수 있을까?
라식을 받은 대표적인 선수로서는 그렉 매덕스(1999년 7월), 제프 베그웰, 버니 윌리엄스(2000년 시즌 전), 토미 팸, 윌슨 라모스(2016년 3월), 매니 마차도 등이 있었다. 버니 윌리엄스의 경우 1999시즌 .342의 타율과 홈런 25개로 커리어하이를 찍었기에 라식 수술을 망설였지만 수술을 받고 20/40(0.5)에서 20/15(1.33)으로 시력이 좋아졌다고 말한다.
이 외에도 라식 수술에 성공한 선수들은 라식이 커리어에 도움이 되며, 렌즈를 끼는 것 대비 편하다고 주장한다. 토마스 니도의 케이스에서는 지속적인 왼쪽 눈의 난시 문제가 있었는데 2016년에 콘택트렌즈 처방을 변경하면서 더 심해졌지만 2019시즌을 앞두고 라식 수술을 진행하여 시야가 흐려지는 문제가 어느정도 해결됬다. 세스 스미스의 사례에서는 2차 라식 수술 이후 2일만에 선발 라인업에 돌아온 만큼 수술 이후 복귀까지도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인터넷에 MLB와 관련한 라식 수술을 검색하면 주로 홍보 목적 사이트들이 나오기에 좋은 결과가 상단에 노출되곤 한다. 그렇지만 검안학자들의 연구들에 따르면 라식 수술 이후 통계적으로 입증 된 전반적인 지표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근거를 확인할 수가 없었다.
먼저 MLB 선수들의 라식 수술 이후 성적 변화에 대하여 최초의 연구 시도인 “The effect of laser refractive surgery on the on‑field performance of professional baseball players”에 따르면 공개적으로 라식 수술 이력을 밝힌 17명 중 수술 전후로 기록이 충분한 12명의 타율, 출루율, 장타율, OPS를 분석한 결과 모든 지표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즉 렌즈를 안끼는 편리함을 만드는 정도 효과만 있었다.
그 다음으로는 라식 수술이 타자의 성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한 M.P.Geiss와 David Portney의 연구에 따르면 1996년에서 2022년 사이에 라식 수술을 받은 타자는 총 44명이며 좌우타자 비율은 비슷했다. 특징점을 살피면 경력 초기에 수술을 받기 보다는 평균 28.52세, 평균 커리어 6.74년으로 어느정도 커리어가 쌓인 선수들이 많이 받는 다는 것을 확일 할 수 있다.

라식 수술 전으로 2시즌, 수술 후로 2시즌 총 4시즌의 지표를 분석한 결과 다수의 타격 지표가 비슷한 방향성을 띄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라식 전으로 하락하다가 수술 이후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아래 사진에서 알 수 있듯 기준선과 비교하여 복귀하는 수준이지 성적이 향상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눈에 띄는 부분은 Plate Discipline관련 지표일 것이다. K%, BB%, BB/K를 보면 변화의 양도 미미하며 BB%의 경우 수술 전으로 상승했다가 오히려 수술 이후 감소하는 모습이 나왔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됬다면 시력이 좋아져서 공에 대한 판단과 연관이 있는 지표가 올라와야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라식 수술의 명확한 한계
그렇다면 이렇게 된 원인을 라식 수술의 한계에서 찾아보려고 한다. 먼저 라식 수술로 올릴 수 있는 최대 시력이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평균인 20/13(1.5)에 못미친다. 수술 이후 거의 대부분 20/20(1.0)까지는 문제 없이 교정되지만 수술 이전 시력이 좋지 못했다면 20/17(1.2)이상으로 회복하기는 어렵다.
두 번째로는 라식 수술이 시각 기능에 미치는 영향이다. 라식 수술 이후 고대비 시력(밝은 상황)은 일반적으로 유지되지만, 고도 근시 이상의 문제를 갖고 있는 선수가 라식 수술을 받는다면 야간, 안개 및 흐린 상황에서의 저대비 시력(어두운 상황)이 고대비 시력에 비하여 떨어질 수도 있다. 이는 야구의 관점에서 공이 그림자 속에 있거나, 야간, 흐린 상황에서 경기력 저하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라식 수술 자체의 부작용 및 추가 수술 가능성이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안구건조증이 있는데 과거 애틀랜타의 포수였던 브라이언 맥캔이 시력 개선을 위하여 2007년 시즌 종료 후 라식 수술을 받았는데 2009년 시즌 초 안구건조증으로 발병으로 4월 타율이 .195에 그쳤고 시즌 종료 후 2번째 수술을 받기 전까지 새로운 안경을 착용한 바가 있다. 이 외에도 빛 번짐, 눈부심 등의 다양한 부작용이 있는 만큼 토미존처럼 여전히 불완전한 수술인 셈이다.

인간에게는 성공사례의 편향이라는 것이 있다. 실패 사례를 돌아보는 것이 더 중요하지만 성공 사례만 볼 수 있다. 실패 사례는 관심에서 멀어져있기 때문이다. 과거 볼티모어에서 활약한 외야수 제이 기븐스는 시력을 20/20=>20/15로 올리기 위해 라식 수술을 받았다가 오히려 시력이 흐릿해지고, 본인 눈에 맞는 콘택트 렌즈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부진한 시즌을 보낸 선수의 시력에 문제가 있다면 라식 수술을 고려할 수 있지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면 안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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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맥스먼시 난시 교정 이후 타격감이 뜨겁다는 내용을 봤었는데 연관해서 흥미로운 글이네요! 좋아요 같은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ㅎㅎㅎ
크롭님 덕분에 야구 보는 눈이 떠지고 있습니다